19930410_동아일보 “동숭동 학림 세월은 가도 꿈은 그 자리에”

동숭동 학림 세월은 가도 꿈은 그 자리에

4.19등 격변기 서울대생들 사랑방

 

“20년전 감옥에서, 쌍과부집에서, 진화춘에서, 그리고 학림에서 만났던 찌든 면면들을 떠올리며 오늘의 부끄러움을 다시 되새기오”

“젊었던 시절, 그 자리 취흥은 도도한데 그때 그벗은 지금 바뀌었구나. 김현 그리고 김승옥 너희 눈에낀 눈곱 다시 보고파 이자리 있다가 간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구 서울대 문리대 앞 학림.

지금도 학창 시절의 일들이 문득 생각나 이곳을 찾는 중년신사들은 옛 학림다방에서 있었던 추억들을 되새기며 낙서장에 짧은 글들을 이렇게 남기고간다.

이들이 대학시절 느꼈던 번민과 고뇌를 떠올리며 지금도 찾는 학림다방은 이제 간단한 식사도 파는 레스토랑으로 변했고 과거의 허름한 목조건물도 지하철공사로 헐려 다시 지었다.

학림은 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전까지 4.19혁명과 5.16 그리고 엄청났던 현대사의 격변기를 서울대생들과 함께했던 젊은이들의 사랑방.

金承鈺(김승옥) 朴泰洵(박태순) 李德姬(이덕희) 씨등 수많은 작가와 연극인 화가 음악인들이 이곳에서 젊은 시절의 꿈을 키웠다.

시인 金芝河(김지하)씨는 문단데뷔당시 학림을 자신의 주소로 썼고 田惠麟(전혜린)씨는 자살하기 바로 전날 이곳에서 친구들과 마지막 모임을 가졌다.

옛날의 멋과 정취는 많이 퇴색했지만 학림은 요즘도 여전히 젊은이들이 꿈과 정열을 토론하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남아있다.

19930410_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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